이교의 철학을 품은 너그러운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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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초기 기독교의 기본적인 교리 문제들을 정리하고 기독교 신학을 완성한 아우구스티누스(354∼430)의 삶에 대한 평전이다. 로마제국의 쇠퇴기를 연구해온 역사학자인 저자(77)는 1967년 출간한 뒤 2000년 증보한 책을 통해, 고대 로마 제국에서 중세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멸망을 앞둔 제국을 초월한 기독교 세계관을 완성한 아우구스티누스를 종합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책의 초판은 45년 전에 쓰여졌지만 2000년 증보판을 내면서 1967년 이후 새로 발견된 자료들과 최신 연구동향을 에필로그 부분에 자세하게 설명해 놓아 오래됐다는 느낌을 안 준다.
로마의 속지였던 누미디아(북아프리카)의 타가스테(지금의 알제리 수크아라스)에서 태어난 아우구스티누스는 기독교의 창시자인 사도 바울과 종교개혁 운동을 일으킨 마르틴 루터 등과 함께 기독교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기독교는 초기 로마제국에서 박해를 받다가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공인을 받은 뒤 392년 테오도시우스 황제에 의해 국교로 지위가 격상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기독교 신자들이 믿어야 할 신앙의 기본적인 교리들이 정리돼 있지 않았으며 이교도 문화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도 문제였다.
아우구스티누스가 활동한 시기는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된 직후로 로마의 보수적인 이교도들은 이교도 철학과 다신교 신앙을 옹호했으며, 이에 반감을 품은 대다수 기독교 신자들은 이교도 철학을 불경한 것으로 보고 철저하게 버리려 했다. 그러나 어릴 적에 베르길리우스와 키케로, 플라톤 등 이교도의 고전 교육을 받았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교도 철학을 기독교 신앙의 보조도구로 활용하려고 했다. 저자에 따르면,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추구했던 아우구스티누스의 노력 덕분에 고대 철학과 문학이 보존될 수 있었다.
기독교의 가장 기본적인 교리인 삼위일체가 325년에야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정통으로 인정받는 등 4세기는 많은 신자들이 기본적인 교리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젊었을 때 한때 빠져들었던 마니교와 도나투스파, 펠라기우스파 등의 이단 종파들이 세력을 형성하고 가톨릭 교회에 맞섰다. 395년 히포의 주교가 된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들 이단세력과 싸워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가톨릭 교회의 일치를 이뤄낸 인물이다. 이와 함께 ‘고백록’과 ‘삼위일체에 대해’, ‘신국론’ 등을 저술해 삼위일체와 예정, 구원, 교회의 역할 등에 대한 교리를 완성함으로써 이후 기독교 신앙의 준거가 됐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반달족이 누미디아를 약탈하고 히포를 포위한 430년 눈을 감았다. 455년 반달족은 로마를 약탈했으며 476년 게르만족 용병대장 오도아케르가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 황제를 폐위해 서로마제국도 멸망했다. 책은 이처럼 로마제국이 붕괴·몰락하는 야만의 시대에 새로운 정신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고투한 아우구스티누스의 파란만장한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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