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가을 끝 그리고 겨울로 가는 길 / 류시화
페이지 정보
본문
가을 끝
그리고 겨울로 가는 길 / 류시화
그 터는 이제.
그리운 빛만 남았네.
너는 내 최초의 현주소
늙은 우편 배달부가 두들기는
첫번째 집
시작 노트의 첫장에
시의 첫문장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른 사람들은 너를 너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너를 너라고 부르지 않는다
너는 내 마음
너는 내 입 안에서 밤을 지샌 혀
너는 내 안의 수많은 나
내게 말해다오
네가 알고 있는 비밀을
어린 바닷게들의 눈속임을
순간의 삶을 버린 빈 조개가 모래 속에
감추고 있는 비밀을
그러면 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만 너를 위한 것
<사랑과 슬픔의 만다라>中에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