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성냥 / 차창룡 > 취미/문학/유머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뒤로가기 취미/문학/유머

문학 사랑의 성냥 / 차창룡

본문



사랑의 성냥 / 차창룡




립스틱이 이 생명체가 살아 있다는 유일한 증거다

립스틱이 발라진 입술을 문지르면 확

불이 붙는다

사랑이란 이렇게 쉽게 불붙는 것

조심하라

그것은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성냥에는 불의 신 아그니*가 잠들어 있다

성냥의 입술을 문지르는 것은

신을 부르는 것

당신의 시종이 모습을 나타낸다

시종은 따라오라 따라오라 손짓한다

저 멀리 신의 마을이 있으니

파멸이 있으니


성냥에 립스틱을 발라준 대가로

프로메테우스는 

카우카소스 산의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바쳤다

성냥의 붉은 입술은 곧

죽음을 각오한 신의 인간을 향한

사랑의 정표였단 말인가


불이 확 붙으면

성냥의 열정은 시작된다

성능이 좋을수록

무섭게 타들어오는

앗 뜨거 얼른 버리고야 마는

사랑이란 이렇게 쉽게 시작되고

그것으로 끝인 것을



* 아그니 : 인도 신화 속의 ‘불의 신’. 희생제에 바쳐진 제물을 신들에게 운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서정시학 2006년 가을호)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770건 2 페이지
게시물 검색
Copyright © 2010-2021
antibible.co.kr./antibible.kr.
All rights reserved.
 
• 안티바이블 •

• 본 사이트에 게재 된 이메일 주소가 자동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거하여
처벌 될 수 있습니다.
 
• 본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와 컨텐츠(이미지, 게시글등)는 사이트의 재산이며,
저작권과 상표권을 규율하는 관계 법률들에 의거하여
보호 받습니다.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