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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통도사 배롱나무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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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배롱나무 / 박수현

 

 

아버지 기제사 다음날

도라지꽃보다 더 흰 어머니와

영취산 통도사에 갔다

홍예반월교 지나 일주문 앞

배롱나무 한 그루 허리 뒤틀린 채 서 있다

천왕문 빠져나와 불이문 거쳐

금강계단 오르게 해 준다는

부처님 말씀을 굳게 믿었을까

아흔아홉 날에 또 하루,

대두 말가웃의 피와 열두 관의 살을

한 뒷박거리 마음에 실은

무심한 배롱나무

붉디붉게 산문을 물들인다

달구비 잦던 올 장마에도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끝내 젖은 아궁이에서

후림불을 지펴낸 저 고집불통!

팔남매 걱정 혼자 다 받쳐 들고 또 한 生

건너가실 어머니처럼

펄펄 끓는 화엄 한 솥 머리에 이고 있다

어머니 굽은 등으로

배롱꽃 그늘이 환하게 스며든다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 야들아, 꽃상여인 것 같데이

 

- 박수현 시집  < 복사뼈를 만지다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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