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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사병(想思病)과 뱀  


처녀의 원한 


 경북 안동(安東) 땅에 조월남(趙月南)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가문과 재력이 튼튼하고, 특히 이퇴계 문하에서 촉망받는 자여서 그 명성을 부러워하지 않는 자가 없을 지경이었다. 조월남이 일개 공부하는 서생으로 장차 출세를 위해 집안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조 서생의 이웃에 하급 이속(吏屬) 집이 있는데 그 집에 방년 17∼8세의 아름다운 처녀가 살고 있었다. 
봄날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우는 어느 봄 날, 아름다운 처녀는 자신의 정원에 꽃구경을 하다가 우연히 공자왈 맹자왈 글 읽는 소리를 듣고 담장 사이로 마루에서 열심히 글을 읽는 조 서생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조 서생은 공부를 위해 별채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옷을 단정히 입고 마루에 서안(書案)을 놓고 그 위에 경서를 놓고 일념으로 글을 낭낭히 읽는 조 서생의 모습은 아름다운 처녀의 눈에는 옥골선풍(玉骨仙風)의 미남이었다. 아름다운 처녀는 꽃구경을 망각해버리고 넋이 나간 듯 조 서생만을 바라보면서 가슴에 사모의 정이 여름날의 뭉개구름 처럼 피워 올랐다.

 

처녀가 부모에게 이웃집의 조 서생에 대해 은근히 물어보니 명문의 집안이요, 조 서생은 인물이 좋을 뿐만 아니라 장차 크게 출세할 수 있는 무쌍(無雙)의 청년이라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처녀의 가슴은 더한층 사모의 정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아름다운 처녀가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니 하급 이속의 딸로서 너무도 동떨어진 신분이이라서 설령 부모에게 간청을 해본다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밤낮으로 이웃집 조 서생만 사모하는 아름다운 처녀는 웃음을 잃고, 수심에 잠기는 나날이고, 꿈속에서 조 서생을 만나 사랑을 고백할 뿐이었다. 처녀는 묘책을 고안해냈다. 정식으로 청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혹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처녀는 결심을 했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부끄러움과 설레이는 가슴을 달래면서 담장을 넘어 별채로 들어가 조 서생의 방문을 두두렸다. 
 “실례합니다.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인기척을 느낀 조 서생은 글읽기를 중단하고 방문을 열었다. 
 “ 누구신지요?” 
 “저는 옆 집에 사는 처녀로서 이름을 미랑이라고 합니다. 글을 읽는 소리를 듣고 대화를 해볼까 해서 실례를 무릎쓰고 찾아왔어요.” 

 조 서생은 처녀에게 방안에 들어오라고 허락을 안했지만, 처녀는 용기를 내어 방안으로 들어가 앉아버렸다. 아름다운 처녀는 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 배우는 척을 하면서도 조 서생의 주의를 끌어 춘정(春情)을 일으키려고 바싹 옆으로 다가가 교태를 부렸다.

조 서생은 힐끗 처녀를 일별(一瞥)하였을 뿐 시선은 천정을 바라볼 뿐이었다. 처녀는 춘정의 방향(芳香)을 재주껏 부려보았지만, 조 서생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윽고 조 서생은 처녀에게 정색을 하고 질책했다. 
 “남녀가 유별한데 이 무슨 해괴한 짓이오? 나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당장 내 방에서 나가주시오! ” 
아름다운 처녀는 치욕감으로 눈물을 흘리며 하릴없이 담장을 넘어올 수 밖에 없었다. 처녀는 자신의 방안에서 식음을 전폐하며 흐느끼면서 조 서생을 원망하다가 이러한 노래를 적었다.

   진실한 사랑은 부귀빈천을 초월한다는데
   나의 사랑은 어찌하여 이룰 수가 없는가.
   전생의 업보인가, 현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홀로 울면서 저승길을 가는데, 뉘 있어 나의 슬픔을 이해할까. 

  아름다운 처녀는 얼마 후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말았다.
 

 그 후, 조 서생에게 한 마리의 뱀이 환상으로 찾아왔다. 뱀은 조 서생의 꿈속에도 나타났고, 대낮에도 나타났다. 뱀은 조 서생을 몸을 칭칭 감고서는 성교를 해왔다. 뱀이 몸을 감는 꿈에 시달리고, 대낮에도 뱀이 몸을 감는다는 것을 호소했지만 아무도 조 서생의 말을 믿으려 들지를 않았다. 보통사람의 눈에는 뱀이 보이지를 않았던 것이다.


 환상에 의해 조 서생은 정기(精氣)를 잃고 죽어 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전생에 심은 덕이 있었는지 고승이 찾아왔다. 고승은 조 서생에게 지성으로 죽은 처녀의 원혼을 천도하게 했다. 처녀의 상사의 뱀은 고승의 염불독경을 듣고 회심(回心)하고, 조 서생의 영혼천도를 고맙게 받아 들여 다시는 뱀의 몸으로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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