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그대 쪽으로 / 기형도 > 취미/문학/유머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취미 / 문학 / 유머

회원님들과 취미생활, 유머등을 공유해 보세요.


문학 바람은 그대 쪽으로 / 기형도

페이지 정보

본문



바람은 그대 쪽으로 / 기형도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영혼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창문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기침 소리가

그대 단편의 잠속에서 끼여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

 

내 그리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침묵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닌다.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 한다.

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

갸우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

 

아아, 그대는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라.

나는 소리 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

 

그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 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생의 벽지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 저 고단한 등피를 다 닦아내는 박명의 시간

흐려지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치고

지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 때까지...

 

207C4B3E4ED4A82A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770건 1 페이지
취미/문학/유머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770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2 05-31
769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4 05-31
768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5 05-31
767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0 05-31
열람중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7 05-31
765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8 05-29
764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4 05-20
763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5-20
762 기타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2 05-20
761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3 05-17
760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6 05-17
759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3 05-12
758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5 05-12
757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5-11
756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 05-11
755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05-11
754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1 05-11
753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1 05-10
752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05-01
751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05-01
750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05-01
749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 05-01
748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5 05-01
747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9 05-01
746 문학 mego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04-30

검색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설문조사

결과보기

"얼른 천국 가라"는 말은 축복일까요?, 욕일까요?


• 안티바이블 •

• 본 사이트에 게재 된 이메일 주소가 자동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거하여 처벌 될 수 있습니다.
 
• 본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와 컨텐츠(이미지, 게시글등)는 사이트의 재산이며,
저작권과 상표권을 규율하는 관계 법률들에 의거하여 보호 받습니다.

• 접속자집계 •
오늘
3,170
어제
2,558
최대
3,170
전체
1,322,182
Copyright © 2010-2021 antibible.co.kr. / antibible.kr. All rights reserved.